어제 오후에 전 회사 동료이자 친한 동생인 K군을 만났다. K군은 올여름 미국 모 공과대학으로 데이터 과학 석사 과정을 밟으러 떠났다. K군이 다소 늦은 나이(서른 하나)에도 불구하고 떠나기로 결심했던 가장 큰 이유, 내가 기억하는 이유는 데이터 분석 직무 수행 능력 관점에서 뾰족한 강점을 만들고 싶다는 데 있었다. 다른 이유는 '데이터 분석'이라는 직업의 미래가 잘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. 그래서 데이터 과학을 심도 있게 공부하고 경험해 보고자 미국으로 떠났다.
아직까지 기초, 개론 위주로 수업을 듣고 있지만 통계, 프로그램 언어를 깊이 있게 다루면서 데이터 분석, 해석 상황에서 더 자신감이 붙은 듯하다. 이를 테면 회귀 분석을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사용해야 할 지, 사용할 때 주의할 점은 무엇인지, 이렇게 사용하는 것에 대해 분명한 기준이 있고, 본인의 결정에 자신감이 있다는 이야기다. 프로그램 언어, 그러니까 Python, R 공부도 분석용 코드 수준이 아니라 데이터 구조를 이해하는 수준까지 다루고 있었다. 다만, 이 부분은 전공자(컴퓨터 관련)를 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하여 K군은 이 부분을 갈고닦기보다는 통계 역량을 강화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.
예전보다 본인의 역량에 대해 좀 더 자신감이 붙은 모습이 보기 좋았다. 다만, K군은 내년 여름 인턴십에 지원하고 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... 미국 시장 상황이 영 좋지 못한 듯하다. 올해 9월부터 12월말 현재까지 120곳 이상을 지원했지만 아직 인터뷰도 하나 진행하지 못했다. 최근 채용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인턴 채용이 열린 곳도 적고, 데이터 사이언스 붐이 요 몇 년간 계속 지속되었기 때문에 이쪽을 전공한 학생수도 많다. 인터내셔널 학생이라 그런가 싶어 물었더니 제때 입학한 미국 어린 친구들도 겨우 한 두 개의 인터뷰 경험만 있는 정도라고 한다. 전반적으로 채용 시장이 좋지 않다. K군은 실무 경력도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다른 친구들보다 상황이 좀 더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현재까지 결과를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.
K군이 워낙 무던한 성격이고 긍정적인 사람이라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받고 있는 스트레스가 상당할 거다. 간간이 위로의 말을 건냈지만 잘 들리지 않았을 것 같다. 아끼는 동료이자 동생이라 많이 응원하고 있는데 마음이 편치가 않다.
한국은 언제쯤 채용 시장에 온기가 돌지 잘 모르겠다. 내년 2월 즈음부터 회사 탐색을 본격적으로 하면서 다시 일할 준비를 해야겠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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